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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와대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 개소식 축사

2021-07-06
안녕하세요.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 개소식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자리를 마련하기까지 노고가 많으셨을 관계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동물보호와 동물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서천 마동초동학교 어린이들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맑은 눈빛을 보니 지구의 미래를 위한 숙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곳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에 입주하게 되는 동물 가족들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비단원숭이는 태어난 지 3주 만에 엄마젖도 떼지 못한 채 밀수되다가 적발돼 이곳 국립생태원으로 이송됐다고 합니다. 사막여우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밀수된 22마리 중 17마리가 이송 중 열악한 환경과 굶주림으로 사망하고 5마리만 살아남았습니다. 어린 생명들의 숨이 멎을까 마음 졸이며 극진하게 보살핀 국립생태원 여러분의 덕분에 다행히 삶을 찾게 된 동물들이 이제 새로운 보호시설에서 더욱 건강하게 지내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UN이 발표한 ‘야생생물 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야생생물 불법거래 적발 건수는 매년 약 1만3천여 건에 달하며, 지난 20년간 불법 포획된 야생동물은 6천여 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야생동물의 숫자는 실제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야생동물의 남획과 밀거래가 계속된다면 수많은 멸종위기동물은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최근 해외순방 중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 식물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위기 식물 보호에 대해 연구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나의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구별에 공존하는 모든 생명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그물망에서 줄 하나가 끊어지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은, 지구를 함께 지키는 지구의 주민입니다. 생물다양성이 사라져 가는 지구에서 인간만이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인류는 코로나 19로 예기치 않았던 감염병과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지구 생태계라는 공동체의 안전망을 무너뜨리고 있는 인간에 대한 경고”라고 생태학자들은 말합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는 파괴되고 오염되고 있습니다. 새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야생동물과 인간과의 거리가 밀접해지는 만큼 온갖 전염병의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밀렵과 밀거래를 통한 장거리 이동은 신종 감염병 전파와 확산의 주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사스, 메르스 등 최근 30여 년간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신종 감염병의 75%가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전염병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인류가 한 일들의 결과’라는 말을 되새겨 봅니다.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간의 연대만큼 중요한 것이 인간과 자연의 연대입니다.‘지구라는 공동의 집’에서 공존하고 있는 다른 생물들이 자신이 본디 있던 그 자리에서 안녕할 수 있도록 지구 생태계를 건강하게 돌보는 것이 건강한 인간계를 지키는 길입니다. 이것은 미래세대에게 빌려 쓰는 지구를 깨끗하게 쓰고 돌려주는 길이기도 합니다.

수십 년 내 지구상 생물의 12%가 넘는 백만여 종이 멸종될 수 있다는 위험신호 앞에서 “다음 멸종위기종은 인간”이라는 경고를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의 문을 여는 오늘, 비단원숭이나 사막여우가 살아야 하는 곳은 자신이 태어난 그곳, 건강한 자연이었음을 다시금 돌아봅니다. 

사라진 후에는 결코 살려낼 수 없는 생명들과 더불어 함께 사라지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우리 모두 일상 속의 실천에 나서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